노조법 개정(노란봉투법), 권리와 책임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위하여
- 등록일 : 2025-09-16 16:49
주요약력
노조법 개정(노란봉투법), 권리와 책임 사이의 새로운 균형을 위하여
2025년 7월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은 노동계의 오랜 요구를 일부 수용한 내용으로서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고용노동부는 "참여와 협력의 노사관계"를 위한 진일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경영상 판단을 단체교섭 대상에 포함시키고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며, 경제 및 사업 경영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하에서는 현재 노사간 논란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과 예상되는 파급효과 등을 노사간 균형된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노동쟁의의 대상 확장 ☞ “경영상 판단”까지 포함된 쟁의권
개정안의 핵심은 ‘근로조건의 결정 또는 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판단’까지를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의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이를 통해 “권한 있는 사용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여 정당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상생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경영계에서는 이 조항이 과거부터 대법원이 지속적으로 판시해온 "사업의 구조조정, 정리해고, 조직 통폐합 등은 고도의 경영상 판단으로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법리를 사실상 입법으로 뒤집는 것이므로 경영권의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조항이 M&A, 투자, 조직개편 등 경영의 자유영역 전반에 확대 해석될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이슈를 곧바로 단체교섭 안건으로 삼아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이를 두고 “노동자가 실질적 영향력을 받는 결정에 대해 정당하게 대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반대편에서는 “노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파업이 급증하면 그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고 M&A가 무산되며, 사업 경영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 원청의 ‘사용자성’ 확대
개정된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의 개념을 기존의 근로계약 당사자에 한정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해당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고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까지로 확대하였다. 이로 인해 원청 사업장이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하청 노동자와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즉, 고용노동부는 질의응답 자료를 통해 모든 원청이 일률적으로 하청 노동자와 교섭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며,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어떤 사항에 얼마나 미치는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임금이나 작업시간 및 작업장 변경 등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원청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경우에만 교섭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되더라도 전면적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교섭할 책임이 발생한다고 명시하였다. 다시 말해, 원청이 ‘실질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해서, 그 지위가 365일 항상 전방위적인 교섭의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이번 개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현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교섭과 책임에서도 그 지위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형식적 고용관계를 넘어 실질적 영향력에 따른 교섭 책임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함으로써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3. 노동쟁의 대상에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 조항의 도입 ☞ 쟁의 여지 증가 전망
또한 이번 개정안은 단체협약에 대한 사용자의 ‘명백한 위반’이 있을 경우에도 쟁의행위를 허용한다. 이는 기존에 해당 분쟁이 노동청 진정, 민형사 소송 등 법적 절차로 해결되던 것을 파업 등 쟁의행위로 끌어올리는 구조다. 특히 ‘명백성’의 해석을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이 첨예하게 대립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장관은 “법원의 합리적 해석 기준을 명확히 했으며, 법적 불확실성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노동현장에서의 단체협약은 많은 경우 전문 법률가가 작성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크므로 향후 그에 대한 이견이 노사간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현장 노사관계의 원만한 질서 구축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4. 쟁의행위에 따른 근로자측의 손해배상 책임 제한 ☞ 노조 활동 면책 범위
한편,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 중 하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부분이다. 즉, 개정안에는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의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규정이 신설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질 만큼의 잘못을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사실상 노동조합 측이 자의적으로 사용자 책임을 주장하며 불법 쟁의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 측에 대한 법적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평화의무(노동쟁의의 자제)가 무력화됨으로써 노사간 상시적 갈등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은 “법 시행 전까지 현장 의견 수렴과 매뉴얼 정비, 교섭절차 기준 마련 등 철저한 준비를 약속”하고 있지만, 사업장의 입장에서 6개월이라는 경과 규정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는 짧은 기간인 것도 사실이다.
5. 노사정에 드리는 제언
헌법은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분명히 보호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제1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그 목적은 단지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
이번 노란봉투법은 단지 하나의 법령 개정이 아닌, 한국의 노사관계 질서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손해배상제도, 교섭사항의 범위,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 여러 핵심 쟁점은 대한민국의 사업 환경과 노사관계 근간을 다시 세우는 내용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이는 국제 경쟁력과 고용 안정성 및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슬로건으로 하는 것처럼 노사 모두에게 예측 가능한 법적 환경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향후 고용노동부는 사회 각계의 의견을 충실히 청취하고 특히 노사 당사자 간의 대화와 숙의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이뤄지도록 정교하게 시행령 정비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 본 기고문의 내용이나 기타 정부의 노동정책 및 병·의원 사업장의 인사노무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은 노무법인 한수(☎ 02) 3487-3029; 010-9313-1299)로 연락주시면 상세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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