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사(史) 편찬을 미리 준비하자
- 등록일 : 2012-03-19 00:00
주요약력
병원을 비롯한 기업들이나 단체들은 대개 사사(社史)를 편찬한다. 사사는 대개 10년, 20년, 30년 등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해를 기념하여 발간하곤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김안과병원은 올해 개원 50주년을 맞는데, 처음으로 사사를 편찬하기로 했다. 필자는 이 일의 실무를 맡게 되면서 사사의 필요성과 최근 트렌드, 편찬 작업의 실무 등에 대해 공부하며 사사 편찬의 어려움을 절감하며, 평소에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사 편찬의 필요성으로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고 한다.
첫째, 사사는 기업의 나아갈 바를 알려주는 정확한 나침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례에서는 더욱 큰 성공을 이끌어낼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실패했던 경험을 성찰하면서 비슷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할수 있다는 것이다. 정직한 태도로 올바르게 사사를 편찬한다면 그 사사는 기업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될 수 있으며, 나침반을 가진 기업은 결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유기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사 편찬 작업에 참여하는 구성원은 실무 담당자 몇 사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사는 구성과 편찬 방향의 기틀을 잡는 경영진, 사진이나 자료를 찾기 위해 낡은 사진첩과 파일, 서류철을 뒤적이는 실무 직원들,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하는 많은 사원들,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외부인사까지 모두를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공적인 사사 편찬을 위해서는 이 모든 구성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
셋째, 사사는 기업의 참 모습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특별한 광고매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찬이 필요하다. 사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서술되는 史書이다. 진솔한 역사가 지니는 설득력이나 신뢰성은 그 어떤 광고수단보다 오래 남고 깊이 새겨진다. 한 두 차례의 매체 광고에 소요될 예산으로 향후 영구적으로 기업철학과 경영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가 바로 사사인 것이다. 즉 사사는 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는 어렵지만,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그 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매체인 것이다.
그런데 사사의 편찬방향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한다. 물론 트렌드라는 것을 꼭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트렌드에 얽매이기보다는 참고사항 정도로 생각해야 하겠지만, 트렌드를 모르는 상태보다는 잘아는 상태에서 편찬 작업을 하는 것이 보다 좋은 사사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사가 본격적으로 편찬되기 시작한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한다. 이때는 사진이나 이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은 텍스트 위주의, 다시 말해 자료집 형태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료적인 가치만 생각했지 다른 것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제작방향은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되었지만, 차츰 사진의 비중이 늘어나는 변화는 읽힌다고 한다.
사사 편찬의 방향이 본격적으로 변화를 일으킨 건 1990년 말부터 2000년대 초반이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기획과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났다. 사료적 가치에 만족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기업을 소개하고 기업의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사사 편찬에 있어 디자인이 무척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읽는 사사에서 보는 사사’로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사편찬에 디자인의 요소가 무척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서구에서는‘테마가 있는 사사’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사사편찬에 있어 이러한 트렌드의 흐름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적으로 정확한 사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일이다. 사사편찬의 목적이 무엇이든간에 결국 사사의 본질은 지난 역사를 체계적으로 기록, 정리해두는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 혹은 병원의 입장에서는 평소에 사료를 잘 모으고 정리해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부분의 병원들이 이러한 일에 소홀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실제로 그동안 병원사를 편찬했던 병원들의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들이 병원사 편찬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료의 수집을 꼽았다. 병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료를 잘 모아놓기에 어려운 요소들이 많이 있다. 첫째는, 공간의 부족이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기능이 가장 우선시되기 때문에 공간배치는 대개 진료부서를 중심으로 두고 이뤄진다. 그러다보면 행정부서들은 이리저리 치이며 옮겨 다니기 십상인데, 그 과정에서 사료로 활용할 수있는 자료들이 유실되거나 폐기되기 쉽다. 둘째로, 확실한 담당부서가 없다는 점이다. 사사의 편찬은 대개 홍보 관련 부서에서 실무 작업을 담당하게 되는데 사사 편찬이란 당면과제가 떨어지기 전까지 홍보부서 스스로 차근차근 사료를 모아가며 준비하기에는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너무 여유가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처리해야할 업무에 치중하다보면 아무래도 멀게만 느껴지는 사료의 수집, 정리 작업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고,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 보관할 공간 역시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보다 정확하고 알찬 병원사 편찬을 위해서는 평소에 준비 작업을 철저히 해두는 것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병원사료실을 설치하여 독립된 공간과 전담자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전담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병원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할 담당자를 지정하고, 최소한의 공간을 마련하여 평소에 사료를 수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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