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원도에서 이룬 시골의사의 꿈
- 등록일 : 2013-07-11 00:00
주요약력
많은 사람들이 꿈을 펼치기 위해 도시로 떠날 때,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정선산재병원 강은용 원장(산업의학과). 돈과 명예를 떠나 사람들의 애환까지 헤아리는 진정한 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강원도 정선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강은용 원장이다. 청정한 자연, 넉넉한 인심, 그리고 탄광촌 진폐 환자들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정선에서 어느덧 11년. 한 권의 책으로도 모자를 탄광촌 사람들과 함께 한 그 세월은 가장 귀하고 값진 인생의 결과물이 되었고, 또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
창문을 열 때면 오랜 세월 견뎌온 나무들로 빼곡한 산이 보고 싶었다. 숨을 들이쉴 때면 숲으로부터 불어온 청정한 바람의 내음을 맡고 싶었다. 길을 걸을 때면 흙의 감촉을 느끼고 싶었다. 더불어 사는 이웃들을 대할 때면 인정 넘치는 시골 인심을 전하고 싶었고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경상남도 함안이 고향인데, 고교 시절 인천으로 오기 전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떠올리면 참 그리운 시절이지요. 추억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할 만큼 제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은 곳이고요. 그래서인지 늘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진폐 환자들과 시작한 의사로서의 새로운 삶
역사상 한과 설움이 많은 강원도, 그리고 정선. 생계를 위해 탄광촌으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곳곳에 녹아 구구절절 사연 많은 곳, 내남없이 서러운 곳. 의사로서의 새로운 꿈을 풀던 날 가장 먼저 그곳 사람들의 삶을 돌아보고 이해하고자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정선과 인근 지역은 탄광촌이거나 탄광촌이었던 관계로 진폐 환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직업병이지요. 이 같은 지역적인 특성으로 정선산재병원 자체가 진폐환자 위주로 진료를 하고 있고 요양까지 겸하고 있어요. 그분들 하나하나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라 이런저런 이야기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참 아리지요.” 매일 돌봐야 하는 입원환자만 200여 명. 또 진료로 만나는 일반 환자들만 하루 수십 명. 대부분 어려운 생계를 고민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정선에 온 이후의 마음은 언제나 애잔하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단에 따라 어떤 이는 생계나 건강상 도움을 얻고, 또 다른 이는 원하는 만큼의 도움을 얻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늘 더 많은 진폐 환자들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고, 더 좋은 환경 속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점점 간절해져 간다.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다시 현장으로
200여 명의 요양환자와 하루 수십 명의 일반 환자진료 외에도‘산업의학과’는 많은 일들을 요구한다. 근로자 건강진단, 산업재해와 직업병 상담, 그리고 가까운 지역인 영월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위원까지. 마냥 여유로울 것 같은 시골의사로서의 생활은 이미 접은 지 오래다. “부족한 것이 많은 만큼 바라는 것들이 많지요. 우선 관련기관이 더 넉넉해져서 더욱 많은 혜택이 있었으면 하고요, 큰 병원과의 진료연계가 더 순조롭게 이어졌으면 해요. 더불어 진폐 환자에 대해 좀 더 체계적인 지식을 갖기 위해 저 자신도 더욱 노력해야겠지요. 그래서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다시 현장에서 녹이고 싶어요. 이곳 정선에서 그런 소망들을 하나 둘 이뤄가며 산다면 더 바랄 것이 없네요.” 경험으로 축적된 진폐 환자와 관련한 진료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자산이 되었다. 단순히 직업적으로만 축적된 것이 아닌,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얻은 것이기에 더욱 값지게 여겨진다. 그리하여 따뜻한 가슴을 지닌 의사, 이왕이면‘시골의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늘 따라다녔으면 좋겠다.
<이성규 / 근로복지공단 홍보실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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