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인터뷰] 바다 속 세상처럼 우리 사회도 아름다워야...

  • 등록자 : 관리자
  • 조회 : 1492
  • 등록일 : 201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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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민

주요약력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 내과 과장

무릇 의사라면 환자의 병을 낫게 해 줘야 하지만 때론 더 나쁘지 않게만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근로복지공단 안산산재병원에서 만난 이한민 과장(내과, 인공신장실 담당)에게 의사로서 보람을 물었더니, ‘늘 가슴이 아플 뿐’이라고 첫마디를 꺼낸다. 그가 맡고 있는 분야는 신장인데, 신장이 나빠져 병원을 찾을 정도가 되면 대부분 돌이키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좋아질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환자는 신장질환 환자 말고도 많습니다. 하지만 신장이 나빠져서 투석을 하는 환자들은 다른 환자분들보다 우여곡절이 참 많아요. 일단 일주일에 두 번은 병원에 혈액투석 하러 와야 하니까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기 힘듭니다. 약값도 만만찮은데 수입이 턱없이 모자란 거죠. 그나마 몇 년 전부터는 장애인 등급을 받을수가 있어서 나아졌어요.”

 

최선을 다해서 진료를 해 주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 위장이혼도 하고, 눈이 점점 안 보인다거나, 당뇨나 고혈압 등 합병증이 찾아와 이중고를 겪는 환자들을 대할 때에는 그로서도 어찌 할 수가 없다. 수술의 어려움을 견뎌낼 정도로 젊다면 신장이식의 희망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환자들은 대부분 60~70대 노인분들이라서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1986년 충남대학교 의대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인턴을 마치고 아주대 병원(1995~1999년) 등 몇몇 병원을 거쳐 안산중앙병원에서 일하기 시작한 건 2002년. 의사로서 25 여년을 보냈는데, 환자를 가족처럼 대하는 따뜻한 의사로서 이름이 자자하다. 의사라면 누구나 환자를 가족처럼 여기지 않는가? 하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지만 이한민 과장은 아예 환자를 가족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그러지 않고는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분들을 진료하기가 어렵죠. 특히 신장질환은 대부분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하는 질환이잖아요. 치료 못지않게 정신적인 안정이 중요한데요, 그런 면에서 우리 병원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선 국공립 기관에서 운영한다는 신뢰감이 있고, 환자들과 가장 많이 접하는 간호사들의 이동이 적으며, 스텝진도 든든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그가 돌보는 환자는 혈액투석 환자 80여 명인데, 복막투석 환자까지 합하면 100여 명이 넘는단다. 질환의 성격상 산업재해로 인한 환자는 몇 명뿐이고 대부분이 일반환자다. 부러지고 깨지고 탈이 나고 해도 고칠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그래서 말끔하게 나은분을 만나고 싶건만 이한민 과장의 희망일 뿐…. 그래서 그도 늘 환자 못지않은 아픔을 갖고 산다. 그 아픔을 참는 방법은 바로 환자와 가족처럼 지내는 것이다. 가족이라면 시시콜콜한 사소한 것까지도 두런두런 나누는 정이 있는데, 그도 환자들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는 데에는 이골이 났다. 투석환자는 장기환자이다 보니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꼭 만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정이 가족 못지않다. 오늘 참 멋지게 꾸미셨는데요? 라고 한 환자가 묻자 얼굴을 붉히는데, 40대의 나이에 소녀같은 수줍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하셨냐고 물었더니 뜻밖에도 아직 미혼이란다. ‘아니 왜요?’라고 물으니‘가족은 많아요. 제 환자만도 80여 명인데요.’한다. 그는 병원을 나서면 멋쟁이가 된다. 등산과 스쿠버를 즐기고 최근에는 라틴댄스도 익히고 있다고. 스쿠버는 이 병원에 들어온 뒤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여름마다 제주도나 다도해, 동해안 등지로 스쿠버 여행을 간다. 몇 년 전에는 제주도 문섬에서 잠수하다가 파도에 휩쓸려 죽을 뻔하기도 했지만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에 매료되었다고.

 

“바다 속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그 푸른 세상처럼 우리 사회도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신장질환 환자들도 언젠가는 완치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해요.”

 

오기영(편집위원/근로복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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