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2>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자 : 관리자
  • 조회 : 1847
  • 등록일 : 201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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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규

주요약력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관리총괄
"혁신이요! 저항이 만만치 않을겁니다"

이것은 아마도 40-50대는 한번쯤은 써봤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계식 타자기”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영문자판도 기계식타자기와 같이 1874년에 만들어진 qwerty 자판이다. 그런데 이 자판의 배열이 타자속도를 늦추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기계식타자기는 속도가 빨라지면 잼이 자주 걸리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속도를 늦추는 자판을 만든 것이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기계식 타자기의 잼이 걸리는 문제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1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자판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사람은 익숙해진 친밀한 방식을 원하고 변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기업환경과 급변하는 세계경제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그 탈출구를 ‘혁신’과 ‘창조’에서 찾고있지만 쉽지 않아 보이는 것 또한 현실이다.

 

기업의 혁신은 시장의 판도를 확 바꿀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디어, 속도 전쟁에서 이길수 있는 뛰어난 효율,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고부가가치 창출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매일 아침 ‘혁신’ 또 ‘혁신’을 외치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창조’ 든 ‘혁신’ 이든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스스로의 변화에는 인색하다. 경영인들은 보통 이것을 ‘저항’이라고 표현한다.

 

일반기업 '혁신'과 병원 '혁신'은 달라야 한다

 

병원계도 시대흐름에 발맞춰 “병원도 이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변화의 기류가 조금씩 흐르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와 세브란스병원 ‘창의센터’가 각각 문을 열었고 2014년에는 삼성서울병원 ‘미래혁신’센터가 활동을 시작했다. 각각의 센터는 ‘혁신’을 지향하는 방향과 목표, 방법론에 차이는 있으나 모두가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병원에서 ‘혁신’은 쾌적한 환경과 최첨단 장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성과를 높이기 위한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최첨단 무인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자동화공장과 달리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어떠한 산업계보다 따뜻한 사람의 눈길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병원이다.

 

일반기업에서 생각하는 ‘혁신’과 병원의 ‘혁신’은 달라야 한다. 사람의 따스한 손길을 기대하는 환자를 바라보는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마인드 변화가 우선되고 인간중심의 이노베이션 문화가 깊이 뿌리 내리 때 가능해 보인다. 그 이유는 바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것도 ‘사람’이고 대상 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혁신과 창조’의 바람은 이제 중소병원에도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자신들의 주변환경에 맞게 어떠한 형태로든 ‘혁신’을 향한 여러가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벤치마킹을 위해 우리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를 방문한 많은 분들은 누구나 이구동성으로 “저항이 만만치 않을텐데 힘드시겠네요” 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에게 “병원의 혁신은 내부고객인 직원을, 바꿔야 하는 저항세력으로 볼것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변화에 대해서 불안해하는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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