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3>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자 : 관리자
  • 조회 : 3033
  • 등록일 : 2016-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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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규

주요약력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관리총괄

'가끔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내기도 합니다'

- 영화 이미테이션게임 대사 중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가 문을 연 2013년부터 지금까지, 나름 여러가지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실패의 아픔도 경험하고 작은 성공에 들뜬 마음으로 겪지 않아도 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스스로 꺾여 버린 일조차 우리에겐 소중한 경험이었고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을 때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진정 환자를 위한 병원다운 병원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이번호 부터는 실제 진행된 여러가지 프로젝트 결과를 통해서 인사이트를 나누고자 한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생일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떠한 조직이든 ‘혁신’은 남보다 앞서가는 몇몇 사람의 의지나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고 해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Harvard Business Review 에서는 “혁신이라는 코드는 대규모로, 장기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기업의 DNA로 입력되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말은 모든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의식변화가 성공의 열쇠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직원 스스로가 참여하고 그들의 작은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 자체가 직원 마인드 변화의 견인차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고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카페’ (http://cafe.naver.com/idcatamc )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카페 내에 ‘아이디어 seed’ 메뉴는 직원 누구나 언제든 자신들의 자유로운 상상과 평상시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게시할 수 있는 곳이다. IDC는 제안글을 올린 개인이나 UNIT, 팀과 함께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간다.

 

카페를 통한 직원의 아이디어 중에서 나의 마음을 흔드는 작은 아이디어가 있다. 프로젝트명은 ‘ 생일 축하합니다.’ 소박하다 못해 단순해 보이는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서울아산병원이라는 상급종합병원에서 ‘혁신’사례로 얘기하는 것을 두고 빵 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나조차 “뭘 이런 것까지 대형 종합병원에서 해야 하나?”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가끔씩 입원중에 생일을 맞는 환자가 있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모두의 축하를 받아야 할 날, 혼자 쓸쓸히 병실을 지키고 있는 환자를 본 어느 간호사의 눈에는 아마도 환자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가장으로 열심히 가족을 부양해온 주름진 얼굴의 아버지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큰 욕심도 부리지 않았다. 누구나 받는 생일카드, 그리고 아무리 가난해도 생일날 미역국이 없으면 못내 서운한 것에 착안해 미역국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카드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미역국이었다. 미역국을 직접 끊일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인스턴트 미역국을 드리는 것은 차라리 없는것만 못한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어려워 보이던 문제가 아무도 생각지 못한 한 사람의 한마디로 해결 되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세요? 우리병원 산모식에는 미역국이 나오잖아요!’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에 나오는 대사 중 ‘가끔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누군가가,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일을 해내기도 합니다.’ 가 떠올랐다.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식사신청만 바꿔주면 끝나는 문제였던 것이다. 이런것이 이노베이션한 사고가 아닐까? ‘혁신’하면 다들 큰 돈을 들이고 거창한것을 먼저 떠올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혁신은 꼭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고 신기한 것, 새로운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생일을 맞은 단 한사람의 환자를 위해 이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롤링페이퍼 생일카드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그와 함께 해온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격려와 용기, 희망의 마음이 담겨졌고 따뜻한 미역국이 함께 전달되었다.

 

여느 생일날처럼 풍성한 식탁은 아니다. 어제와 같이 소박한 나물반찬 몇가지가 다인 식판이지만 환자에게는 그 어떤 생일상보다 진수성찬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내 생일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함께하고 생각지도 못한 미역국과 작은 생일카드에 담겨진 의료진의 마음은 보는 순간 환자들은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생일은 누구나 1년에 한번씩 돌아오잖아요. 그런데 어떤분들에게는 ‘마지막 생일’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환자팔찌를 보았는데 그날이 그분 생일이었고 혼자 병실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아프지 않았다면 이날 만큼은 행복할 권리가 그분한테도 있었을 테니까요!”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디어를 낸 착한 간호사의 이야기다. 여러가지 큰 성과가 있었던 프로젝트 보다 이 프로젝트가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병원은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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