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4>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일 : 2016-06-10 00:00
주요약력
'환자에게 시간은 삶의 소중한 기억이기에 더욱더 가치있게 지켜져야 한다'
병원을 방문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과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필연적인 상황일 수 밖에 없는가? 병원을 한번이라도 가본 경험이 있다면 예약에서 진료, 검사, 입원, 수술에 이르기까지 진료 프로세스 각 과정의 대기시간으로 지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환자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일 수는 없다. 환자에게 1분 1초는 삶의 소중한 추억이 될 수도 있고,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에게 못다한 말을 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일 수 있기에 그 누구에게도 이 시간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7번방의 기적, 단순히 습관만 바꾸었을 뿐이다”
‘7번방의 기적’ 으로 이름 지어진 이 프로젝트는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 검사인 X-RAY 촬영시 평균 46분에 달하는 검사이송대기, 검사대기, 복귀이송대기로 인한 환자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없을까? 하는 작은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X-RAY 검사 프로세스는 의사의 검사처방-> 간호사의 환자이송신청-> 이송반의 환자이송(병동->검사실)-> 영상의학팀의 X-RAY 검사->이송반의 병동 복귀 이송으로 이루어진다.
1) Discover
2015년 7,8월 X-RAY 검사시행을 분석한 결과 총 23,982건중 아침 6시와 9시에 14,334건이 비대칭적으로 몰려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진료 프로세스상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식되어왔으며 간호사와 이송반, 영상의학팀 모두의 업무과중과 환자의 불만을 야기시켜 왔다.
2) Define
검사대기의 주원인은 검사처방 단계에서 부터 시작된다. 모든 의사는 아침 회진시 새벽 X-ray검사 결과를 원하고 간호사는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일괄적으로 검사이송신청을 한다. 이송반과 영상의학팀은 한꺼번에 쏠리는 검사에 따른 적정인력과 장비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10년째 풀지 못한 숙제로 가지고 있었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특정시간에 X-ray검사가 몰리는데 있으며 검사처방분산과 이송신청분산을 해결 영역으로 선정하였다.
3) Develop
a. 검사처방분산: 우리는 검사처방이 몰리는 이유가 ‘회진’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입원환자의 X-ray 촬영처방이 많은 호흡기내과와 심장내과, 흉부외과 의사의 회진시간을 분석하여 오후 회진의 경우 검사가 몰리는 시간을 피해서 간호사가 검사이송을 신청할 수 있도록 임상과의 협조를 구했다. b. 이송신청분산: 특정시간에 몰리는 이송신청의 원인을 찾기위해 10분단위로 통계를 추출한 결과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각 시간대 안에서도 정각과 30분에 이송의 72%가 몰려있는것이었다. 이는 보통 약속시간을 잡을 때 정각과 30분을 기준하는 일반적인 약속 심리가 작용한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병동별 검사의 총량을 분석하여 병원 전체적으로 병동별 10분단위로 이송신청시간을 지정하여 파일롯 테스트를 시행하였다.
4) Deliver
의사의 검사처방분산을 통해서 10시 이후 검사가 26%증가하였으며 병동별 10분단위의 검사시간을 지정함으로써 평균 검사대기시간은 46분에서 35분으로 23%가 감소하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해결방안으로 인해서 의사,간호사.이송반,영상의학팀 누구의 업무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만 보이지 않았던 습관을 바꿨을 뿐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이노베이션 정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마음’ 이다. 의료진 눈에 비친 기다림(대기)은 어쩔수 없는 당연한 과정일 수 있으나 환자중심의 시각으로 바라보았을 때 그것은 변화의 대상이다.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서 환자에게 시간이 의미하는 가치를 새롭게 바라보는 디자인 철학을 세우고 이 문제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이 프로젝트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무심코 지나쳐온 시간의 가치를 환자의 입장에서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과 추가적인 인력과 자원의 투입 없이도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혁신적인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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