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5>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자 : 관리자
  • 조회 : 3888
  • 등록일 : 2016-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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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규

주요약력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관리총괄

‘약 먹는 횟수를 줄이면 되잖아’틀을 깨는 것이 시작이다

 

중증환자가 많은 우리 서울아산병원의 병동 간호사는 바쁜 업무중에 걸려오는 퇴원환자의 각종 문의 전화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퇴원 후 ‘신체증상’에 대한 문의가 32%로 가장 많았고 ‘투약’에 대한 부분이 15%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단순한 외래 예약일정부터 의사와 직접 통화하게 해달라는 것 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는 우선 ‘복약문의’에 관심을 가졌다. 퇴원할 때 병동간호사가 개별적으로 복약설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왜? 복약에 대한 문의가 많을까! 의구심은 당연했다.

 


 

‘약을 먹는 횟수도 최소 하루 6번 이상, 약의 종류도 종류지만 퇴원시 제공되는 ‘투약안내문’(그림1) 을 보고 제때 약을 먹기란, 연세가 높은 환자들에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 았다. 그 때문에 약먹는 시간을 놓친 환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퇴원후에도 병동으로 전화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약먹는 때를 놓치거나 빠뜨리지 않도록 ‘투약안내문’을 위 (그림2)와 같이 시간대별로 구분하여 새롭게 디자인 하였다.

 

이밖에도 약봉투에 붙이는 복약설명 라벨을 환자가 알기 쉽게 새롭게 디자인하고 일상생활에서 약을 복용하기 쉽도록 복약달력과 약 파우치를 시험적으로 디자인했다.

 

복약달력 아이디어는 서울시에서 주관한 폐현수막 업사이클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환자가 약먹는 것을 알기 쉽게 하는것도 분명 중요한 일이기는 하다. 그것으로 퇴원환자의 전화가 줄어들 것 같지 않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럼 약먹는 횟수를 줄이면 되잖아 !

 

아무리 약설명문이 잘되어 있어도 약먹는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는 약을 제때 먹기 힘들다. 그때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니 생각은 했지만 감히 입밖으로 말하기 어려웠던 말이 나왔다. ‘그러면 약먹는 횟수를 줄이면 되지 않을까?’ 말이 쉬워 ‘약먹는 횟수를 줄이면 되지’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의사한테 그것도 외과의사한테 누가 이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누구도 선뜻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부딛쳐라도 보자.

 

의사가 분명 반대할것이라는 예측은 기우에 불과했다.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을 위한 일이라는것에 공감한 의사는 너무도 흔쾌히 아니 12번에서 반만 줄여도 성공이라는 우리를 앞서서 할수만 있다면 4번 이하로 줄이자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의사와 간호사,약사그리고 우리 IDC가 머리를 맞대었다. 그결과 장기이식환자의 경우 면역억제제등 10가지 이상의 약을 하루에 최소 10번이상 나누어 먹던 것을 평균 6-7회로 줄였고 드라마틱하게는 하루 12번 먹던 환자의 약먹는 횟수를 5번으로 줄일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서로를 너무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 경험에 의한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했었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해결하는 제일 첫번째 단계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자신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진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길이 아닐까 조용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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