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6>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일 : 2016-08-10 00:00
주요약력
"수술환자의 불안감으로 눈을 돌리다. Mother's care."
서울아산병원은 2015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6만여건의 수술을 시행하였다. 평일을 기준으로 하면 1일 평균 270여건에 달한다. 특히 중증환자가 많은 우리병원에서 이러한 수술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술방의 효율적인 운영과 수술인력의 팀웍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수술을 받기 위해 한 달씩 대기하다 지쳐가는 환자들을 위해 우리는 수술의 ‘질 향상’과 ‘효율적인 운영’,‘환자안전’ 이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 시켜왔는지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 받기를 원하는 환자를 생각하면 수술 효율을 높여 한 건이라도 수술을 더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가려진 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감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온 그림자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여러 프로젝트 과제 중에서도 특히 수술환자의 불안감’에 주목하였다.

병원에서 질병 치료의 중요 수단 중 하나인 ‘수술’ 은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최악의 경우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공포심의 대상이다. 수술대상 환자는 진단, 수술계획수립, 선택(의사결정), 입원, 수술동의서 작성, 수술, 회복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된다.
각 단계별 환자의 상태 불안감은 치유를 방해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또한 수술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 심리를 낮추는 것은 웰빙과 단기회복 등 치료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환자경험’ 측면에서 수술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일으키는 요소를 찾아내고 다양한 시각에서 심리적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들어갔다. 우리는 먼저 수술불안감의 핵심요소를 찾아내기 위해 환자와 보호자 30명, 간호사 9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시행하였으며, 환자 불만족 사례를 비롯한 관련자료 조사를 시행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문제해결 영역을 크게 첫 번째, Human Interraction 두번째, 수술정보제공 세번째, 수술프로세스 네번째, 수술 환경과 공간 이렇게 4개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이번 호부터는 4가지 영역별로 진행된 수술불안감 감소를 위한 솔루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Human Interraction : 수술 전 의사가 환자 만나기 캠페인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있어서 내 몸을 맡길 수술의사에 대한 신뢰와 소통은 심리적 불안감을 낮추는 동시에 빠른 회복을 돕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수술시간이 가까워 질수록 불안심리는 점점 증폭되는데 이러한 불안감을 떨어뜨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짧은 시간이라도 수술 전 의사가 환자를 만나서 ‘수술이 잘 될 것’ 이라는 믿음과 용기를 주는 것이다.
대부분의 외과의사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현실이지만 수술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한 ‘환자와의 만남’이 왜? 중요한가를 알리고 공감을 바탕으로 자발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술환자 만나기’캠페인을 시행하였다. 이 캠페인은 먼저 ‘수술이 잘 될 것’ 이라는 의사의 긍정적인 메시지가 환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환자가 직접 보내온 감사 사연을 내용으로 포스터와 동영상 매체를 활용하여 시각적 요소를 부각시켰다.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의사 스스로 수술 전 환자 만나는 것이 지닌 큰 가치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외에도 코믹한 멘트와 풍자를 가미한 재미있는 포스터를 통해서 수술 전 환자 만나기가 추가적인 업무로 부담을 가지지 않으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였다. 안그래도 바쁘고 힘든데 이런 것까지? 라는 냉담한 반응부터 ‘환자중심’을 말로만 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환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반응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서 수술 전에 환자를 만나서 믿음을 심어주는 의사가 늘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아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수술환자의 불안감’이라는 것에 한번 눈을 돌리고 관심을 이끌었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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