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병원혁신디자인 시리즈 <完> 혁신이 사람을 만나다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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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7-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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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규

주요약력

서울아산병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 관리총괄


"상호간의 신뢰와 겸손으로 시작해 소통으로 빛난다"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 이노베이션디자인센터가 생긴 지 벌써 만 4년이 지났다. 새로운 길을 간다는 설렘과 두려움 속에서 일궈낸 작은 성과들을‘병원혁신 디자인시리즈’를 통해 소개하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하면서도 글을 접한 분들께 과연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기준에서 바라본 ‘혁신’이 저수가 체계의 어려운 한국의료계에서 협력과 상생해야 할 중소병원 관계자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질까? 혁신센터를 두고 있는 빅4병원 그들만의 리그로 비춰지지는 않을까? 항상 마음 한켠으로 걱정으로 가득했다.


지난 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 이제 서양의 의학 선진국과 견주어도 부끄럽지 않은 세계 최초의 수많은 의료업적을 쌓은 오늘의 한국의학계는 ‘미네소타프로젝트’라는 미국의 교육원조 속에서 배고픔의 설움을 딛고 피어났다. 가난 속에서도 이 땅의 아픈 사람들에 의술만이 아닌 참인술을 펼쳤던 한국의료의 시작은 이제 반세기가 지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세계적 석학을 배출하고 세계의학사에 길이 빛나는 업적을 쌓아왔다.


이러한 역사를 돌아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직 10년이 되지 않은 ‘혁신’의 역사에 훨씬 앞서 우리는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은 단 1세대에서 그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그 아들은 다시 손자 손녀에게 온전히 이어져 우리 안에 혁신의 DNA로 변화된 것이다.


뼛속까지 시린 가난은 우리 안에 잠재된 혁신의 DNA를 깨웠고 한민족이라는 마음과 나보다 남을 국휼이 여기는 홍익인간의 정신 속에서 우리 자신을 더욱 단련시켰고 구암 허준에서 이어진 ‘참인술’에 대한 뿌리 깊은 정신은 한국의료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혁신’을 배우기 위해 참여한 각종 세미나에서 나는 큰 대형병원의 혁신사례보다 중소병원의 혁신사례에서 더 큰 진한 감동을 경험했다.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픈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이기주의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의료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해온 많은 중, 소병원의 의료진들, 병원 경영의 효율과 의료의 진정한 가치 간 갈등 속에서 과감하게 환자에게 필요한것을 선택한 그들의 용기를 보면서 ‘혁신’은 새로운것을 창조하기 전에 이미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혁신의 DNA를 재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무런 지원도 없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하나로 일구어낸 사례들 하나 하나는 전폭적인 지원과 많은 비용을 들인 대형병원들의 화려한 혁신 프로젝트 사례들 보다 훨씬 더 빛나 보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무언가를 혁신하고자 할 때 대형병원들처럼 많은 비용을 쓸 수도 없었고 전문가의 지원을 받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 포기 하지 않았고 혁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참인술을 향한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고 부족함은 ‘겸손’함으로 채웠고 열린 소통을 통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부족한 비용을 채워나갔다.

 

요즘 3차 산업혁명을 넘어 AI, IOT등 4차 산업혁명에 모두가 열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지 않으면 무식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듯 한 느낌 속에서도 난 사람냄새가 나는 병원이 그립다.

 

얼마 전 방송이 끝난 인기 드라마‘낭만닥터 김사부’ 에서 “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라는 질문에 닥터 김사부는 말한다.

 

“필요한 의사.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이 환자한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다. 내 구역에선 오로지 하나밖에 없어. 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다른 건 그냥 다 엿 많이 잡수시라고 그래라.”

 

내가 만약 아파서 병원을 찾게 되고 내 몸을 온전히 맡겨야 한다면 나는 ‘돌담병원’을 찾을 것이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시간 뒤에 죽더라도 후회가 없으려면 의술이 아닌 인술로, 환자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해주는 곳, 나는 미래병원이 돌담병원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1년간 나의 부족한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진‘병원혁신디자인시리즈’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구독해주신 분들과 귀한 지면을 할애해 주신 병원행정관리자협회 관계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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