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행정관리자협회

특집기사 <4-1> 경계의 소멸 - 병원의 미래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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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 2018-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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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병원경영학과 교수

주요약력

- 현 한국병원경영학회 부회장 - 현 中國 新华锦延世靑島医疗 有限公司 理事 - 전 연세의료원 신사업단장, 해외사업단장 -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정책자문위원 - 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바이오융합TF 위원

전 세계적인 변화와 혁신 “병원도 예외일 수 없다”

 

2012년 거대기업 코닥이 파산했다. 한 때 기업 혁신과 고정관념 가치로 세계 4위까지 올랐던, 절대 망할 것 같지 않았던 코닥은 디지털 시대로의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결국 세상에서 사라졌다.

역설적이게도 코닥을 망하게 만든 디지털 카메라 기술은 1975년 코닥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코닥의 경영진들은 필름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기술을 사장시켰다. 그러나 1981년 소니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시장에 내놓고, 1990년대 들어 니콘과 캐논 같은 기업들이 속속 디지털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세상은 급격하게 디지털 시장으로 전환되었고, 새로운 세상에서 코닥의 설 자리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비단 코닥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의 길로 들어선 기업의 사례는 수도 없이 찾아 볼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몰락의 길로 접어드는데 병원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가 의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 세계적인 변화와 혁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2013년 5월 14일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에는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에서 그녀는 자신이 약 3개월에 걸쳐서 세 차례의 수술을 받았으며 이를 통해서 자신의 정상 유방을 양쪽 모두 절제하였음을 고백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10년 이상 유방암으로 투병하다 56세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전하면서 자신 역시 BRCA1이라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인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에 달했었는데 이 수술로 인해서 그 위험이 5% 미만으로 감소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소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이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단순한 연예 관련 가십거리가 아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의료의 개념에 도전적인 의문을 던지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는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의료가 우리의 통상적인 사고의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임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가 받은 유방절제술은 개념적으로는 질병이 없는 상황에서 예방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병원 수술실에서 마취과 의사가 마취를 하고 외과 의사가 수술을 했다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통상적인 사고 체계 속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예방과 치료의 경계가 소멸되고 있는 현재 의료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예방은 담배 끊고 운동하는 것처럼 집에서 스스로 하는 것이고 치료는 병원에서 의사가 하는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또한 의료에 있어서 이와 같은 경계의 소멸은 비단 예방과 치료 사이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의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폭발적인 증가 앞에서 근대 의학이 시작된 이후 100여 년 이상 큰 변화 없이 유지되어 오던 급성기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가 다양한 측면에서 창조적 파괴와 함께 경계의 소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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